목차
7. '웹3'의 어원과 지성사
이 장은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이 거듭 기대게 될 사실 하나를 확립한다. '웹3'(Web3)라는 단어에는 하나로 정해진 뜻이 없고, 그 역사 또한 매끈한 한 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용어는 정확한 장소와 시점 — 컴퓨터과학자 개빈 우드(Gavin Wood)가 2014년에 올린 블로그 글 — 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말은 웹의 발명자 팀 버너스리가 그보다 먼저, 전혀 다른 뜻으로 써 온 거의 똑같은 표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또 이 말이 지닌 정서적·정치적 에너지는 사이퍼펑크라 불리는 1990년대 프라이버시 운동가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며, 그 뒤 두 차례의 투기 붐을 거치는 동안 잡아 늘여지고, 마케팅 도구가 되고, 부분적으로는 속이 비어 버렸다. "웹3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면, 이 질문이 부분적으로는 '역사가 다투어지는 한 단어'에 관한 질문임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 다툼은 답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잡음이 아니라, 답의 일부다.
생일이 있는 단어
대부분의 기술 용어는 천천히 쌓이며 생겨나고, 누가 처음 입에 올렸는지는 알 길이 없다. '웹3'는 예외다. 이 말에는 기록으로 남은 저자, 기록으로 남은 날짜, 기록으로 남은 창립 문서가 있다.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개빈 우드는 2014년 4월 17일, 자신의 블로그 Insights into a Modern World에 올린 **"ÐApps: What Web 3.0 Looks Like"**라는 글에서 오늘날의 블록체인(blockchain) 중심 의미로 이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Wood, 2014). 이 글은 우드가 만드는 데 참여한 프로그래머블 블록체인 이더리움 — 13장 '이더리움과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자세히 다룬다 — 이 세상에 발표된 직후에 나왔고, 제품 설명서라기보다는 다른 종류의 인터넷을 위한 선언문처럼 읽힌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유행어와 달리 '웹3'는 한 사람, 한 편의 글, 하루의 날짜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 기원을 아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이 단어가 '원래' 하려던 일이 꽤 구체적이었고 — 나중에 마케팅 속에서 뜻하게 된 것과는 꽤 달랐기 때문이다.
제목에 박힌 이상한 글자 하나는 짚고 넘어갈 만하다. "Ð"는 고대 영어와 아이슬란드어에서 빌려 온 대문자 '에드(eth)'로, 초기 이더리움 공동체가 "decentralised(탈중앙화된)"라는 단어를 멋 부려 쓰던 표기다. ÐApp, 곧 디앱(dApp)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ecentralised application)의 줄임말이다. 한 회사의 서버가 아니라, 어느 한쪽도 통제하지 못하는 분산된 컴퓨터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쉽게 말해: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평범한 은행 앱은 결국 그 회사가 소유한 컴퓨터 위에서 돌아간다. 회사가 서버를 끄면 앱은 죽는다.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은 어느 한 소유자도 스위치를 내릴 수 없도록 설계된 앱이다. 한 조직의 기계가 아니라 공유된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비유는 완전하지 않다 — 실제로는 많은 '디앱'이 여전히 재래식 기업 인프라에 기대고 있으며, 이 긴장은 뒤에서 다시 다룬다 —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그 '지향'이다.
우드의 논증: '제로 트러스트' 웹
우드가 말한 "웹 3.0"을 이해하려면, 그가 무엇에 반응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이 글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의 대규모 감시를 폭로한 2013년으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나왔고, 그 맥락이 글 전체에 배어 있다. 우드의 중심 주장은 직설적이었다. 기관들이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게 된 이상, "우리의 정보를 조직 일반에 맡기는 것은 근본부터 망가진 모델"(entrusting our information to organisations in general is a fundamentally broken model)이라는 것이다(Wood, 2014).
이 전제에서 그는 하나의 설계 결론을 끌어냈다. 우리 데이터를 쥔 회사나 정부가 착하게 굴기를 '바라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 아니라, 착한 행동이 약속이 아니라 수학으로 보장되도록 공학적으로 짜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드는 이 목표를 제로 트러스트 상호작용 시스템(zero-trust interaction system)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웹 3.0이란 "우리가 이미 웹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다시 상상하되, 당사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근본적으로 다른 모델을 적용한 것"이며, 그 동기는 "제로 트러스트 상호작용 시스템에 대한 커져 가는 필요"라고 그는 썼다(Wood, 2014).
여기서 제로 트러스트 시스템이란, 규칙이 코드와 암호학에 의해 자동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상대하는 사람이나 회사를 믿을 필요가 없고 — 상대도 나를 믿을 필요가 없는 — 시스템을 말한다. 일상의 비유는 자판기와 시장 좌판이다. 좌판에서는 돈을 낸 뒤 상인이 물건을 건네주리라 믿어야 하지만, 자판기는 거래가 양쪽 모두에게 완결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이 비유에는 빈틈이 있다. 현실의 시스템은 여전히 그 코드를 '짠' 사람과 그 기계를 '만든' 사람에 대한 신뢰에 기대며, 비판자들이 세게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 문제는 29장 '비판과 회의론'에서 살펴본다.
우드는 여기에, 정보의 종류에 따라 취급을 달리하는 기억할 만한 설계 규칙 하나를 짝지었다. 시스템은 우리가 그 정보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하느냐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으로는 이렇다. "공개될 것이라 가정하는 정보는 공개한다. 합의될 것이라 가정하는 정보는 합의 장부(consensus-ledger)에 올린다. 사적일 것이라 가정하는 정보는 비밀로 지켜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상호작용은 "가명으로, 안전하게, 그리고 … 무신뢰로"(pseudonymously, securely and ... trustlessly) 이루어질 것이라고 썼다(Wood, 2014).
"합의 장부"라는 말이 이 제안의 기술적 심장을 가리킨다. 합의 장부(consensus ledger)란 수많은 독립된 컴퓨터가, 그중 누구도 책임자가 아닌 채로, 그 내용에 합의하는 공유 기록장이다 — 곧 11장 '블록체인'에서 살펴볼 블록체인이다. 성격만 놓고 보면 누구나 떼어 볼 수 있는 등기부등본과 닮았지만, 등기소라는 국가기관 없이 유지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이 세 갈래 정보 분류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눈여겨보라. 이 분류는 무엇을 드러낼지, 무엇을 공적 기록에 올릴지, 무엇을 절대로 감출지에 대한 결정권을 개인에게 되돌려 준다. 이것이 바로 우드와 이후의 옹호자들이 자기주권(self-sovereignty)이라 부르는 것 — 플랫폼이 아니라 본인이 자신의 신원, 데이터, 가치를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 — 의 씨앗이다. 수십 년 동안 공인인증서 없이는 계좌 이체 한 번 못 하던 한국 독자에게, 신원을 증명할 수단을 기관이 발급하고 갱신하고 회수하는 세계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자기주권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있는 이상이다. 이렇게 읽으면 합의 장부는 수단이고, 자기주권이 그 수단이 섬기는 목적이다.
이 기획 전체를 담은 우드의 더 나중의, 더 간명한 표어는 2018년 에세이 "Why We Need Web 3.0"에 나온 "더 적은 신뢰, 더 많은 진실"(less trust, more truth)이다.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는 서버도 권위자도 없는" P2P(개인 간) 웹,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필요 없이 … 서로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웹이 그것이다(Wood, 2018). 2022년에 이르러 그는 표어와 그 목적을 모두 벼려 냈다. 용어 탄생을 되짚는 CNBC 인터뷰에서 우드는 자신이 말하는 **"신뢰"**가 특수한 의미 — '증거 없는 믿음 혹은 신앙' — 임을 강조했고, 목표는 그런 신뢰를 덜 필요로 하고 검증 가능한 진실에 기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웹3는 "프라이버시, 자기주권, 투명성"(privacy, self-sovereignty and transparency)에 관한 것이며, 그는 이를 인공지능과 날카롭게 대비시켰다. 그의 틀에서 인공지능은 우리를 반대 방향, 곧 "더 적은 진실, 더 많은 신뢰"로 몰고 간다(Wood, 2022). 그러니 이 표어는 신뢰 자체를 적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음으로 받아들이라고 요구받는 것을 가능한 한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자는 요구다.
쉽게 말해: 우드의 웹3는 처음에는 토큰으로 돈을 벌거나 디지털 그림을 소유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보안과 정치에 관한 논증이었다. 우리 데이터를 쥔 기관들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으니, 그들을 덜 믿어도 되도록 웹을 다시 설계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전부 — 소유, 탈중앙화, 경제 — 는 이 뿌리 생각에서 자라 나온 것이다.
네 가지 부품
우드는 웹 3.0을 표어로 남겨 두지 않았다. 그는 네 가지 부품으로 이루어진 아키텍처를 명시했다 — 그 자신의 압축된 표현으로는 "정적 콘텐츠 게시, 동적 메시지, 무신뢰 거래, 그리고 통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static content publication, dynamic messages, trustless transactions and an integrated user-interface)다(Wood, 2014). 각 부품은 기존 웹에서 신뢰받는 회사가 수행하는 기능 하나씩을 대체하도록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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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된, 암호화된 정적 콘텐츠 게시 시스템. 페이지, 이미지, 파일 같은 고정된 콘텐츠를,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특정 회사 서버를 가리키는 웹 주소)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콘텐츠 자체의 암호학적 지문)로 주소를 매겨 저장하고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드는 이를 파일 공유 네트워크 비트토렌트의 "마그넷 링크"에 견주었다. 기술 용어로는 콘텐츠 주소화(content addressing)라고 한다. "이 위치에 있는 파일을 가져와 달라"가 아니라 "지문이 이것과 일치하는 파일을 가져와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23장 '탈중앙화 저장과 연산'에서 온전히 다룬다.
쉽게 말해: 오늘날 어떤 문서가 필요하면 우리는 그 문서가 보관된 주소로 간다 — 그리고 그 주소를 통제하는 자는 문서를 바꾸거나, 옮기거나, 내려 버릴 수 있다. 콘텐츠 주소화는 도서관에 가서 "정확히 이 지문과 내용이 일치하는 책"을 청구하는 것과 같다. 어디에 있는 어떤 사본이라도 상관없고, 누구도 그것을 슬쩍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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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기반의, 가명적인, 저수준 메시징 시스템. 실명이나 플랫폼 계정 — 이를테면 카카오톡 계정 — 이 아니라 암호학적 신원에 묶인 채로 당사자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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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엔진. 우드는 이것을 "상호작용의 규칙 몇 가지에 합의하는 수단"이라 설명했다. 그 규칙은 "자동으로, 되돌릴 수 없게 … 명시된 그대로 집행"된다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계층으로, 심판 없이도 낯선 이들이 하나의 공유된 사실 상태에 합의하게 해 준다(Wood,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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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계층. 우드가 "ÐApp 브라우저"라 부른 것으로, URI 입력창과 뒤로 가기 버튼 같은 익숙한 가구까지 갖추어, 나머지 세 부품을 평범한 사람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하나로 묶어 준다.
이 목록의 구조 자체가 많은 것을 드러낸다. 각 부품은 기존의 중앙화된 서비스 하나에 대한 탈중앙화된 대체물이다. 콘텐츠 주소화 저장소는 호스팅 회사를, 가명 메시징은 메시징 플랫폼을, 합의 엔진은 은행이나 등기소 같은 신뢰받는 기록 관리자를, ÐApp 브라우저는 재래식 브라우저-클라우드 조합을 대체한다. 우드의 원래 구상에서 웹3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웹 2.0의 제도적 배관 전체를 갈아 끼우는 '풀스택 교체'였다.
쉽게 말해: 우드가 제안한 것은 새 기계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인터넷을 위한 대안 배관 일습 — 저장, 메시징, 기록 관리, 그리고 이것들을 쓸 브라우저 — 을 스케치하고 있었고, 그 하나하나가 어떤 회사도 문지기로서 가운데에 앉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 목록에서 놓치기 쉬운, 그러나 이 책의 논증에 중심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합의 장부는 네 부품 중 하나일 뿐, 웹3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우드가 "합의될 것"으로 분류한 데이터를 다룬다. 그러나 '사적인' 정보에 대한 이 시스템의 처리는 전혀 다른 도구 일습에 기댄다. 우드는 상호작용이 "암호화된 채널을 통해, 오직 가명 신원만을 양 끝점으로 삼아"(over encrypted channels and only with pseudonymous identities as endpoints) 이루어질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썼다(Wood, 2014). 암호화된 메시징과 키에 기반한 가명 신원은 블록체인의 기능이 아니다. 그것은 비트코인보다 훨씬 오래된 공개키 암호학의 응용이다. 우드의 원래 설계에서 이 도구들은 장부와 대등하게 나란히 서서, 각자 그의 데이터 주권 가정 중 하나씩을 집행한다. 이 책 전체에 걸쳐 전개될 함의는 이것이다. 웹3는 처음부터 웹의 '암호학적' 재설계였고 — 블록체인은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일 뿐 정의를 이루는 부분이 아니며 — 나중의 축약어처럼 그저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었다. 이 배치 전체의 의도된 목적을 우드는 이렇게 썼다. **"어떤 정부나 조직도 합리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사전 가정을 수학적으로 집행"**하는 것이다(Wood, 2014).
쉽게 말해: 사람들은 흔히 '웹3'를 '블록체인'과 등치시키지만, 우드의 청사진에서 블록체인은 네 기둥 중 하나다. 메시지를 암호화된 채로 지키고 사람들이 실명 대신 가명으로 행동하게 해 주는 암호학 — 블록체인과는 무관한, 더 오래된 수학 — 도 그만큼 중요하다. 제대로 이해된 웹3는 블록체인만이 아니라 암호학 일반으로 웹을 다시 짓는 일이다.
비전의 제도화: 웹3 재단
말 하나와 블로그 글 하나로 운동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제도와 돈이 거든다. 2017년 우드는 탈중앙화 인터넷 인프라의 연구와 개발에 자금을 대기 위한 비영리 기구 웹3 재단(Web3 Foundation)을 설립했다(Wikipedia: Gavin Wood, n.d.). 재단의 첫 번째이자 대표 프로젝트는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폴카닷(Polkadot)으로, 그 기술 백서는 우드가 2016년에 직접 썼다(Wikipedia: Gavin Wood, n.d.). 재단은 자신의 사명을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와 신원과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는, 탈중앙화되고 공정한 인터넷인 웹 3.0"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힌다(Web3 Foundation, n.d.).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보조금과 지원받는 팀과 연구 의제를 갖춘 '재단'의 설립은 '웹3'를 하나의 조어에서, 그 아래로 일이 조직되고 자본이 배치되는 깃발로 바꿔 놓았다. 이제 이 단어의 뒤에는 대차대조표가 있었다. 둘째, 재단 자신의 언어에서부터 이미 우드의 원래 보안 논증이 "자신의 데이터와 신원과 운명을 통제한다"는, 훗날의 용법을 지배하게 될 더 넓은 수사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이 용어가 나중에 겪을 변질의 씨앗은 제도화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미 보인다.
결정적 구별: 두 개의 '웹 3.0'
여기서 우리는 이 장의 무게를 떠받치는 논점이자, 이 책 전체를 떠받치는 기여 중 하나에 이른다. 우드는 자기 글에 "What Web 3.0 Looks Like"라는 제목을 붙였다 — 그런데 "웹 3.0"이라는 표현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 앞선 의미가 바로 웹의 발명자 자신이 내놓은 비전,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다.
2001년 5월, 팀 버너스리는 컴퓨터과학자 제임스 헨들러, 오라 라실라와 함께 Scientific American에 **"The Semantic Web"**이라는 글을 실었다(Berners-Lee, Hendler & Lassila, 2001). 그들은 자신들의 주제를 신중하게 정의했다. 시맨틱 웹은 "별개의 웹이 아니라 현재 웹의 확장으로서, 정보에 잘 정의된 의미가 부여되어 컴퓨터와 사람이 더 잘 협력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not a separate Web but an extension of the current one, in which information is given well-defined meaning, better enabling computers and people to work in cooperation)이다(Berners-Lee, Hendler & Lassila, 2001). 글의 부제는 "컴퓨터에도 의미가 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웹 콘텐츠"를 약속했다.
시맨틱 웹은 요컨대 웹페이지를 사람만이 아니라 기계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려는 계획이다. 오늘날 공연 안내가 실린 웹페이지는 컴퓨터에게 대체로 글자와 그림의 덩어리일 뿐이다. 사람은 그것을 읽고 "이 밴드가 이 공연장에서 이 날짜에 공연한다"를 이해하지만, 기계는 그 의미를 붙잡지 못한다. 시맨틱 웹은 정보에 표준화된,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의미를 달아 주자고 제안했다 — 그래서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웹 전체를 읽고, 사실들을 결합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일상의 비유를 들자면, 사람이 한 권씩 읽어야 하는 책장과, 모든 사실이 이미 컴퓨터가 조회할 수 있는 이름표 달린 칸에 정리된 도서관 목록의 차이다.
여기서 지적 계보는 우드의 것과 완전히 별개다. 버너스리의 "웹 3.0"은 데이터 상호운용성과 기계 지능에 관한 기획이었다 — 정신적으로는 오늘날의 링크드 데이터 시스템의, 그리고 어쩌면 현대 인공지능 일부 측면의 조상이다. 블록체인, 탈중앙화된 소유, 돈, 기관에 대한 불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반면 우드의 "웹 3.0"은 탈중앙화와 무신뢰(trustless) — 중개자에 기댈 필요를 공학으로 없애 버리는 것 — 에 관한 기획이었다. 두 사상가가 똑같이 "웹의 다음 버전"이라는 이름표에 손을 뻗었지만, 그것으로 뜻한 바는 서로 무관한 두 가지였다.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의미' 대(對) 기관 없는 '신뢰'.
이 충돌이 바로 표기법이 중요해진 이유다. 블록체인 쪽 의미가 퍼지면서, 이 공동체는 점점 소수점 없이 한 단어로 붙여 쓴 **"Web3(웹3)"**라는 표기를 택했다 — 띄어쓰기와 소수점이 있는 버너스리의 "Web 3.0(웹 3.0)"과 구별하기 위해서다(CoinDesk, 2022; Wikipedia: Web3, n.d.). 이 표기는 사소한 스타일 선택이 아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계보가 하나로 오인되는 것을 막으려는 작은 지적 경계 긋기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관례를 따른다. **'웹3'**는 우드에서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기획을 가리키고, **'웹 3.0'**은 맥락상 필요할 때 더 오래된 시맨틱 웹의 의미를 위해 남겨 둔다. 27장 '뒤엉킨 이름 풀어내기'가 이 구별을 더 발전시키고, 자주 뒤섞이는 세 번째 개념인 메타버스를 보탠다.
쉽게 말해: 거의 같은 이름을 걸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생각이 있다. 하나는 웹의 발명자가 2001년에 내놓은 것으로, 웹을 '더 똑똑하게' — 기계가 읽을 수 있게 — 만들자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2014년에 나온 것으로, 웹을 '신뢰받는 중개자에 덜 의존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둘은 한 생각의 두 버전이 아니라, 우연히 같은 숫자를 나눠 가진 두 개의 생각이다. "웹3가 무엇인가"를 둘러싼 대중의 혼란은 대부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 "웹 3.0" — 시맨틱 웹 | "웹3" — 블록체인 웹 | |
|---|---|---|
| 창안자 | 버너스리·헨들러·라실라 (2001) | 개빈 우드 (2014) |
| 핵심 목표 |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의미, 데이터 상호운용성 | 탈중앙화, 무신뢰, 소유 |
| 중심 기술 | 온톨로지, 링크드 데이터,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 블록체인, 암호학, 토큰 |
| 해결하려는 문제 | 컴퓨터가 웹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한다 | 우리 데이터를 기관에 믿고 맡겨야 한다 |
| 통상 표기 | "Web 3.0" (띄어쓰기와 소수점) | "Web3" (한 단어) |
더 깊은 뿌리: 사이퍼펑크와 크립토 아나키스트
우드가 단어를 만든 것은 2014년이지만, 그 단어에 실린 '이념'은 웹 자체보다 오래되었다. 기관에 대한 불신, 해방의 도구로서의 암호학에 대한 신념, 법보다 코드를, 약속보다 수학을 앞세우는 성향 — 이것들은 우드보다 20년 이상 앞선 운동, 사이퍼펑크(cypherpunk)에게서 왔다.
사이퍼펑크는 1990년대 초에 모여든 프로그래머, 암호학자, 프라이버시 운동가들의 집단이었다. 이 운동은 1992년 말 에릭 휴스, 티머시 C. 메이, 존 길모어가 창시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있는 길모어의 회사 시그너스 솔루션스에서 매달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영향력 있는 전자 메일링 리스트를 운영했다(Wikipedia: Cypherpunk, n.d.). 이름 자체는 해커 주드 밀혼이 지은 것으로, "사이퍼"(cipher, 암호화 방법)와 "사이버펑크"(cyberpunk, 디스토피아 SF 장르)를 녹여 붙인 것이다.
쉽게 말해: 사이퍼펑크는, 강한 암호화 — 메시지를 뒤섞어 오직 의도된 수신자만 풀 수 있게 하는 바로 그 수학 — 가 권력을 정부와 기업에서 개인 쪽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은 활동가 하위문화였다. 이들은 사실상 웹3의 이념적 조부모다.
이 무리에서 나온 짧은 글 두 편이, 웹3가 물려받게 될 세계관의 창립 문서다. 첫째는 티머시 C. 메이의 "크립토 아나키스트 선언"(The Crypto Anarchist Manifesto)으로, 1988년에 쓰여 1992년에 배포되었다. 첫머리는 마르크스를 패러디한다 — "하나의 유령이 현대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 크립토 아나키라는 유령이"(A specter is haunting the modern world, the specter of crypto anarchy). 그 중심 주장은, 암호학 덕분에 사람들이 "완전히 익명의 방식으로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어, 상대의 "'진짜 이름'(True Name), 곧 법적 신원을 끝내 알지 못한 채" 사업을 하고 계약을 협상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May, 1988/1992). 인텔의 선임 과학자 출신으로 뚜렷한 자유지상주의 성향을 지녔던 메이는, 암호학이 "정부 규제의 본질, 과세하고 경제적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능력을 완전히 바꿔 놓을" 힘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했다(May, 1988/1992). 이것이 이 계보의 노골적으로 반(反)국가적인 갈래다.
둘째는, 어조가 더 건설적인 에릭 휴스의 "사이퍼펑크 선언"(A Cypherpunk's Manifesto)으로, 1993년 3월 9일에 발표되었다. 이 글은 전통 전체의 제사(題詞)로 삼아도 좋을 문장으로 시작한다. "전자 시대의 열린 사회에는 프라이버시가 필수적이다"(Privacy is necessary for an open society in the electronic age)(Hughes, 1993). 휴스는 웹3 신원(22장의 주제) 논쟁에서 지금도 유효한 세심한 구별을 그었다. "사적인 일이란 온 세상이 알기를 원치 않는 일이고, 비밀이란 아무도 알기를 원치 않는 일이다. 프라이버시란 자신을 세상에 선택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힘이다"(Hughes, 1993). 그리고 결정적으로, 휴스는 이 선언을 단지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일에 대한 호소로 바꾸며, 이 운동의 오래 살아남을 표어를 지어냈다. "사이퍼펑크는 코드를 쓴다"(Cypherpunks write code). 그의 표현대로, "누군가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소프트웨어를 짜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지 않으면 프라이버시를 얻을 수 없으므로, 우리가 그것을 짤 것이다"(Hughes, 1993).
쉽게 말해: 웹이 집집마다 아는 말이 되기도 전에 쓰인 이 두 편의 짧은 글에는 이미 웹3의 DNA가 들어 있다. 국가와 기업 권력에 대한 불신, 프라이버시와 자유는 당국에 '요청'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지어야' 한다는 믿음, 그리고 '코드를 쓰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는 확신이다. 오늘날 웹3 옹호자들이 "믿지 말고 검증하라"거나 "코드가 법이다"라고 말할 때, 그들은 사이퍼펑크가 발명한 방언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이념에서 웹3로 건너가는 기술적 다리가 비트코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2008년 백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은 사이퍼펑크 전통에서 직접 갈라져 나온 암호학 메일링 리스트에 배포되었고, 사이퍼펑크들이 꿈꾸던 바로 그런 시스템을 제안했다. "신뢰 대신 암호학적 증명에 기반한"(based on cryptographic proof instead of trust) 전자 결제, 곧 돈의 취급에서 "신뢰받는 제3자"(trusted third party)를 제거하는 것이다(Nakamoto, 2008). 12장에서 살펴볼 비트코인은, 우드의 웹3 아키텍처가 훗날 네 기둥 중 하나로 삼게 될, 실제로 작동하는 '합의 엔진'을 공급했다. 그러므로 계보는 끊김 없이 이어진다. 사이퍼펑크 이념(1988–1993) → 비트코인의 작동하는 구현(2008) → 그 아이디어를 웹 전체로 일반화한 우드(2014).
쉽게 말해: 웹3는 2014년에 난데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30년짜리 프로젝트의 가장 최근 층이다. 1990년대 활동가들이 암호학으로 개인을 기관에서 해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2008년 비트코인이 그 아이디어가 돈에 대해 작동함을 증명했으며, 2014년 우드가 같은 논리를 웹 전체로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단어는 어떻게 퍼졌고, 어떻게 변질되었는가
만들어진 용어는 고정된 물건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쓸수록 변해 가는 살아 있는 대상이다. 2014년과 2020년대 초 사이에 '웹3'는 우드의 신중한 네 부품 정의에서 멀리 떠나왔다. 엄청난 파급력을 얻었지만, 많은 이들의 평가로는 그 과정에서 정밀함을 잃었다.
2017년 암호화폐 붐 — 프로젝트가 새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암호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라는 토큰 판매의 물결이 주도했다 — 을 지나는 동안, 이 단어는 여전히 탈중앙화 프로토콜이라는 인프라 비전에 붙은 채 주로 크립토 개발자 집단 안에서 돌았다. '웹3'를 대중의 의식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은 2021년의 두 번째 붐이었고, 그 과정이 이 말의 의미를 다시 빚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업비트와 빗썸을 드나드는 개인 투자 열풍 속에 '김치 프리미엄'이 일상어가 되었던 바로 그 장세에서, '웹3'라는 단어도 국내 대중의 어휘에 들어왔다.
이 전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주역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 그중에서도 이 회사의 암호자산 투자 부문을 이끄는 제너럴 파트너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이었다. 딕슨과 a16z는 '웹3'를 인터넷의 다음 시대의 이름으로 — 그리고, 우연만은 아니게도, 자기 회사가 크게 투자해 둔 범주의 이름으로 — 정력적으로 밀었다. 딕슨의 틀은 2024년 저서 Read Write Own: Building the Next Era of the Internet [읽고, 쓰고, 소유하다]에서 결정체를 이룬다. 이 책은 인터넷의 역사 전체를 기억하기 쉬운 세 단어 표어로 조직한다. "읽기"의 시대, "읽기–쓰기"의 시대, 그리고 "읽기–쓰기–소유"의 시대, 곧 "때로 web3라 불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업만이 아니라 이용자 공동체에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나눠 주고 있는" 시대다(Dixon, 2024).
"읽고, 쓰고, 소유한다"(read, write, own)의 삼분법 — 그보다 앞서 Ethereum.org가 "웹1은 읽기 전용이었고, 웹2는 읽기–쓰기이며, 웹3는 읽기–쓰기–소유가 될 것"이라는 공식으로 내놓은 바 있다(Ethereum.org, n.d.) — 은 오늘날 비전문가 대부분이 이 용어를 처음 만나는 틀이다. 이 틀은 25장 '정의를 향하여'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지금은 그것이 우드에게서 얼마나 멀리 떠내려왔는지만 눈여겨보자. 강조점이 '무신뢰'(보안과 정치의 개념)에서 '소유'(경제의 개념)로 이동한 것이다.
이 표류가 용어 변질의 핵심이다. 우드의 2014년 웹3는 일차적으로 '기관을 믿지 않아도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대중화된 2021년의 웹3는 일차적으로 '인터넷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 — 토큰을 소유하고,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자기가 쓰는 네트워크의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 — 에 관한 이야기였다. 둘은 무관하지 않다. 무신뢰 인프라는 디지털 소유를 집행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의 일부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 대중화된 버전에서 '웹3'는 토큰, NFT(대체 불가능 토큰), 탈중앙화 금융, 메타버스 등 크립토 경제 전체를 느슨하게 가리키는 말이 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우드의 원래 네 부품과 별 관련이 없었고, 일부는 우드 자신도 자기 비전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들이었다.
이 확장은 날카로운 비판을 불렀고, 그 비판 자체가 이 용어의 역사의 일부다. 회의론자들은 '웹3'가 기술적 범주라기보다 암호화폐 투기의 마케팅 재포장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티븐 딜은 널리 회람된 2021년 12월의 에세이에서, 웹3를 크립토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기성 거대 기술기업의 패권을 무너뜨린다는 거짓 서사"로 바꿔치기하려고 설계된 "공허한 마케팅 캠페인"(vapid marketing campaign)이라 불렀다(Diehl, 2021). 시그널(Signal)의 창립자 목시 말린스파이크는 이 스택 위에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본 뒤, 2022년 1월에 이렇게 관찰했다. 탈중앙화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생태계는 실제로는 소수의 회사 주위로 다시 중앙화되고 있다 — "사람들은 자기 서버를 직접 운영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이 판은 … 플랫폼들 주위로 뭉치고 있다. 또다시"(Marlinspike, 2022). 그리고 엔지니어이자 연구자인 몰리 화이트는 2021년 12월, 이 분야의 해킹, 사기, 붕괴 사례를 목록화하는 풍자적 기록 사이트 Web3 is Going Just Great [웹3는 아주 잘 되어 가는 중]를 열어, 이 용어를 대체로 과장 광고로 취급했다(White, n.d.). 한국 독자에게 이 시기의 다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5월, 한국인 권도형(Do Kwon)이 공동 창업한 테라/루나가 붕괴하며 국내외의 수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고, '웹3'라는 깃발 아래 무엇까지 들어와 있었는지를 가장 아프게 보여 주었다. 이 비판들은 29장에서 온전히 다룬다. 여기서 이 비판들이 중요한 까닭은, 2021–2022년에 이르러 '웹3'가 홍보자들이 차지하려 하고 회의론자들이 반박하는, 그 사이에 중립지대가 없는 '경합하는' 단어가 되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 단어는 소수의 개발자들이 갖고 있던 좁고 기술적인 말로 출발했다가, 금융 붐을 타고 주류로 나갔다 — 그리고 퍼지는 동안 의미를 얻는 동시에(디지털 소유, 크립토 경제 전체) 정밀함을 잃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웹3'를 처음 들었을 무렵, 이 말은 기술 제안인 만큼이나 마케팅 깃발이자 투자 논제가 되어 있었다 — 똑똑한 관찰자들이 그 뜻에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투어진 역사가 왜 답의 일부인가
이 단어의 어지러운 역사를 그저 배경으로 — 웹3를 "제대로" 정의하기 전에 치워 버릴 서두로 — 취급하면 편할 것이다. 이 책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그 경합이 곧 '현상 그 자체'다. 발굴되기를 기다리는 중립적이고 권위 있는 웹3의 정의는 없다. 이 용어는 거의 첫날부터, 저마다 그 뜻에 이해관계가 걸린 적어도 네 진영 사이에서 벌어진 의미 투쟁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드의 원래 의미가 있다 — 웹의 배관을 다시 짓는, 제로 트러스트의 네 부품 아키텍처다. 사이퍼펑크의 유산이 있다 — 이 기획에 도덕적·정치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더 오래된 암호학적 해방의 이념이다. 딕슨과 a16z의 벤처캐피털 프레임이 있다 — "읽고, 쓰고, 소유한다", 곧 웹3가 다음의 거대한 투자 개척지이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용자 소유라는 틀이다. 그리고 회의론자들의 맞정의가 있다 — 웹3란 투기의 마케팅 재포장이며, 수사는 탈중앙화이되 실제로는 재중앙화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 위에 버너스리의 시맨틱 웹과의 끈질긴 혼동이 겹쳐 있어서, "웹 3.0"이라는 표현 자체를, 화자가 어느 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먼저 묻지 않고는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웹3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누구의 웹3인가?"라고 묻는 것이다. 이 단어는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본질적으로 경합하는 개념'(essentially contested concept)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 의미가 가치와 목적에 대한 불일치와 묶여 있어서 정의만으로는 결판이 나지 않는 개념 — 당사자들이 이 단어에게 서로 다른 일을 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탐구가 사과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이 장의 중심 발견이며, 이 책 전체의 전략을 결정한다. 이 책은 하나의 올바른 의미를 입법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경쟁하는 의미들을 시야에 함께 담아 두고, 각각을 그 원천까지 추적하고, 각각이 내놓는 주장을 평가한다 — 이 책이 최종적으로 옹호하는 정의(25장)가 웹3를 단일한 기술이 아니라 경합 중인 사회기술적 프로젝트, 곧 탈중앙화와 소유의 이념과 융합된 블록체인 기술의 묶음으로 다루는 것도 그래서다.
쉽게 말해: "웹3란 무엇인가?"에 한 줄짜리 답이 없는 이유는, 이 주제가 문외한에게 너무 기술적이어서가 아니다. 여러 집단 — 발명자, 이념적 선조들, 투자자들, 비판자들 — 이 이 단어로 진짜로 서로 다른 것을 뜻하고 있고, 그 모두가 동시에 이 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불일치를 이해하는 것은 웹3를 이해하기 '전에' 밟는 단계가 아니라, 웹3 이해의 큰 부분이다.
종합
이 장은 '웹3'를 날짜가 박힌 블로그 글 하나에서 출발해, 시간의 양방향으로 추적했다. 뒤로 가면, 이 단어의 뿌리는 비트코인(2008)을 지나 1990년대 초의 사이퍼펑크·크립토 아나키스트 선언들(Hughes, 1993; May, 1988/1992)에 닿는다. 그 선언들이 공급한 암호학적 무신뢰의 이념을, 개빈 우드가 2014년에 웹 전체에 대한 비전으로 일반화했다. 앞으로 가면, 이 용어는 두 차례의 크립토 사이클을 타고 퍼지면서 — 특히 a16z와 크리스 딕슨에 의해 — 우드의 '무신뢰'에서 대중적인 '소유' 강조로 다시 틀 지어졌고, 주류의 파급력을 얻는 대신 정밀함을 잃으며 격렬한 비판을 불러들였다. 이야기 전체를 가로지르는 끈질긴 중의성도 있다. 우드의 "웹 3.0"은 팀 버너스리의 더 오래된 시맨틱 웹(Berners-Lee, Hendler & Lassila, 2001)과 이름만 공유할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 — 번호 매기기의 우연으로 한데 꼬인, 별개의 두 지적 계보다.
따라서 이 장이 이 책의 중심 질문에 기여하는 바는 내용과 방법 양면에 걸친다. 내용 면에서 이 장은, 뒤의 기술 장들이 살을 붙여 갈 이념적 핵심을 식별했다. 사이퍼펑크에게서 물려받아 우드가 결정체로 만든 요구, 곧 '기관을 덜 믿고 더 많이 검증하도록' 웹을 다시 설계하자는 요구다. 방법 면에서 이 장은, '웹3'가 본질적으로 경합하는 용어이며 그 경쟁하는 의미들을 하나로 뭉개지 말고 시야에 함께 담아 두어야 함을 확립했다. 이 지성사를 손에 쥐고, 이 책은 이제 단어에서 기계장치로 넘어간다. 8장 '비전공자를 위한 암호학'으로 시작하는 제3부는, 이 웹3 비전들 가운데 어느 것이든 그 위에 지어질 수밖에 없는 기술적 토대 — 해싱, 키, 서명, 분산 시스템, 그리고 블록체인 — 를 살펴본다.
이 장에서 인용한 문헌
Berners-Lee, T., Hendler, J., & Lassila, O. (2001, May). The Semantic Web. Scientific American, 284(5), 34–43.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the-semantic-web/
Wood, G. (2022, April 20). What is 'Web3'? Gavin Wood, who coined the term in 2014, explains his vision [Interview by R. Browne]. CNBC. https://www.cnbc.com/2022/04/20/what-is-web3-gavin-wood-who-invented-the-word-gives-his-vision.html
CoinDesk. (2022, January 4). What is Web 3? Here's how future Polkadot founder Gavin Wood explained it in 2014 [reprint of Wood, 2014]. https://www.coindesk.com/opinion/2022/01/04/what-is-web-3-heres-how-future-polkadot-founder-gavin-wood-explained-it-in-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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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T. C. (1988/1992). The Crypto Anarchist Manifesto. Satoshi Nakamoto Institute. https://nakamotoinstitute.org/library/crypto-anarchist-manif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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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G. (2014, April 17). ÐApps: What Web 3.0 Looks Like [blog post]. Insights into a Modern World. https://gavwood.com/dappsweb3.html
Wood, G. (2018, September 12). Why We Need Web 3.0 [blog post]. Medium. https://gavofyork.medium.com/why-we-need-web-3-0-5da4f2bf95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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