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낯선 이들의 네트워크가, 책임자 한 사람 없이 단 하나의 공유된 역사에 합의하도록 만드는 기계 장치를 살핀다. 웹3(Web3)에서 가장 깊은 공학과 가장 큰 전기요금 고지서와 가장 시끄러운 정치적 논쟁이 한 점에서 만나는 곳이 바로 여기다. 10장 '분산 시스템, 신뢰, 그리고 비잔틴 장군 문제'가 펼쳐 놓은 분산 시스템의 난제와 11장 '블록체인'의 데이터 구조 위에서, 우리는 이제 그 두 장이 던져 놓고 풀지 않은, 실제 작동에 관한 질문을 마주한다. 우두머리가 없을 때, 네트워크는 '무엇이 참인지'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두 개의 지배적인 답 — 작업증명과 지분증명 — 은 '정직이 부정행위보다 싸게 먹히도록' 만드는 방법에 관한 서로 다른 내기를 구현한 것이며, 웹3를 둘러싼 환경 논쟁과 이념 논쟁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 벌어지는 자리가 바로 이 둘 사이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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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진행자 없는 '도전 골든벨'을 상상해 보라. 모두 손에 답판을 들고 있고, 누구든 답을 적어 내밀 수 있는데, 정답을 선언해 줄 사회자가 없다. 이 판이 굴러가려면 누구의 답을 인정할지에 대한 합의된 규칙이 필요하고, 그 규칙은 자기에게 유리한 답을 적어 내려는 반칙꾼이 몇 명 섞여 있어도 작동해야 한다. 합의 메커니즘이 바로 그 규칙이다 — 퀴즈의 답 대신 돈과 데이터의 장부에 적용된다는 점만 다르다.
공개 블록체인의 깊은 묘수는 표를 비싸게 만드는 것이다. 투표가 공짜라면 누구든 가짜 이름으로 백만 번 투표해 판을 장악할 수 있다. 그래서 시스템은 영향력 한 단위마다 진짜로 희소한 무언가 — 태워 없앤 전기(작업증명)든, 묶어 둔 돈(지분증명)이든 — 를 담보로 요구한다. 그러면 부정행위에는 실제 대가가 따르게 된다.
작업증명은 쓸모없는 산수를 아주 빨리 해서 응모권을 사는 복권이다. 추측 한 번이 응모권 한 장이고, 추측하느라 전기를 많이 태울수록 응모권을 많이 쥐게 되며, 장부의 다음 페이지를 쓸 권리 — 그리고 거기 딸린 보상 — 를 따낼 확률도 높아진다. 결정적으로, 당첨 답을 '찾는' 일은 아득하게 어렵지만 남이 찾은 답을 '검산'하는 일은 한순간이면 끝나므로, 나머지 네트워크는 당첨자가 정말 그 일을 했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작업증명이 전기로 응모권을 사는 복권이라면, 지분증명은 심판이 되려는 사람에게 먼저 보증금을 걸게 하는 제도다. 많이 걸수록 경기를 판정할 기회를 자주 얻는다 — 그러나 반칙을 하면 보증금을 빼앗긴다. 정직은 '부정행위를 시도하는 것' 자체를 비싸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들키는 것'을 비싸게 만들어서 강제된다.
슬래싱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대신하는 회초리다. 작업증명에서 네트워크 공격이 억제되는 것은 전기값으로 거금이 들기 때문이고, 지분증명에서 억제되는 것은 네트워크가 공격자의 묶인 자금에 손을 뻗어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에는 여전히 가격표가 붙어 있다 — 다만 그 단위가 소모된 킬로와트시가 아니라 몰수 가능한 자본일 뿐이다.
두 시스템은 같은 질문 — '우두머리 없이 낯선 이들이 어떻게 합의하는가?' — 에 답하되, 답값을 서로 다른 화폐로 치른다. 작업증명은 에너지로, 지분증명은 묶어 둔 돈으로 낸다. 각자 특유의 위험도 떠안는다. 작업증명은 환경 문제와 하드웨어 중앙화의 위험을, 지분증명은 부의 집중과 "아직 온전히 믿기엔 너무 새롭다"는 위험을 진다. 공짜 점심은 없고, 어느 청구서를 받을지 고를 수 있을 뿐이다.
이더리움은 새 블록체인을 띄워 놓고 모두에게 이사하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장부, 같은 잔고,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돌린 채, 네트워크가 새 블록에 합의하는 밑바닥 방법만 바꿨다 —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을, 같은 승객을 같은 자리에 태운 채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바꾸는 것과 같다.
위임 지분증명과 지명 지분증명은 둘 다 "누구나 검증자를 돌릴 수 있는 것도, 돌리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니, 누가 돌릴지는 토큰 보유자가 고르게 하자"는 말의 두 가지 표현이다. 설계는 다르다 — DPoS는 소수의 고정된 생산자 명단을 선출하고, NPoS는 많은 검증자를 돌게 하되 평범한 보유자들이 이들을 보증하고 운명을 함께하게 한다. 둘 다 '모두가 검증한다'는 탈중앙화의 이상을 일부 내주고 효율이나 접근성을 사들인다.
"최종성"은 "내 거래는 언제 '진짜로' 영구적이 되는가?"에 대한 답이다. 비트코인의 답은 "완전히는 영영 아니지만, 기다릴수록 뒤집힐 확률이 0을 향해 줄어든다"이고, BFT 계열 시스템의 답은 "검증자 3분의 2가 서명한 특정 순간부터 — 그 뒤에 뒤집으려면 부정행위를 증명당하고 슬래싱당해야 한다"이다. 앞의 것이 천천히 마르되 끝내 완전히 굳지는 않는 잉크라면, 뒤의 것은 공증인 앞에서 서명하는 순간 구속력이 생기는 공증 서명이다.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
- 합의 메커니즘이란 무엇이며, 왜 어려운가
- 작업증명: 전기를 태워 사는 보안
- 지분증명: 돈을 묶어 사는 보안
- 한눈에 보는 비교
- 더 머지: 이더리움, 비행 중에 엔진을 갈다
- 변종들, 짧게 둘러보기
- 트릴레마, 그리고 설계 선택은 왜 정치적인가
- 종합
이 장에서 설명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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