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란 무엇인가
목차 / 제5부
제5부 · 웹3의 정의

26. 이념으로서의 웹3: 탈중앙화, 사이퍼펑크의 뿌리, 그리고 신뢰의 정치학

26장 · 10 분 분량 ·

앞 장에서 이 책은 웹3(Web3)를 경합 중인 사회기술적 프로젝트 — 탈중앙화와 이용자 소유라는 이념이 블록체인 기술의 묶음과 융합된 것 — 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논증했다(25장 '정의를 향하여'). 그 정의는 두 절반 가운데 하나를 일부러 검토하지 않은 채 남겨 두었다. 이 장은 그 나머지 절반, 곧 이념을 검토한다. 이 장의 중심 주장은 이렇다. 웹3는 기술로만은 온전히 이해될 수 없다. 같은 기계 장치 — 공유 장부, 암호학적 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토큰 — 가 정반대의 정치적 비전에 봉사하도록 조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웹3란 무엇인가?"에 답하려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만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도된 수혜자가 누구인지, 자유와 신뢰와 권력을 둘러싼 어떤 오래된 다툼을 물려받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기술은 쉬운 쪽이다. 정작 견해가 갈리는 곳은 가치다.

이 장의 경로는 이렇다. 먼저 이 가치들의 계보를 사이퍼펑크까지 거슬러 추적하고, 그 가치들을 조직하는 이념적 핵심 — 웹3의 창시자 개빈 우드의 표어 "더 적은 신뢰, 더 많은 진실"(less trust, more truth)과 그 목표인 '자기주권'(self-sovereignty), 곧 자신의 신원·데이터·가치에 대한 통제 — 을 짚는다. 그다음 파생된 가치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무신뢰'(trustlessness)를 해부하고, 마지막으로 웹3의 정치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같은 코드를 두고 아직 결판나지 않은 경합을 벌이고 있음을 보인다.

쉽게 말해

누군가 웹3를 설명할 때는 "~해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 "이용자는 자기 데이터를 소유해야 한다"거나 "은행을 믿지 않아도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소프트웨어에 관한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가치, 곧 권력과 신뢰가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입장이다. 웹3에는 이런 가치가 두껍게 입혀져 있고, 그 가치들은 코드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휴스가 옹호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숨길 권리가 아니다. 그가 옹호하는 것은 무엇을 누구에게 드러낼지 스스로 '선택할' 권리다 — 의사에게는 이 이야기를, 은행에는 저 이야기를 하고, 대중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그것도 어떤 중개자가 그 전체 그림을 기록해 팔아넘기는 일 없이 말이다. 이 의미에서 프라이버시는 은폐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개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다.

사이퍼펑크의 신조는 '허락을 구하지 말고, 법을 기다리지 말고, 도구를 만들라'는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원한다면 그것을 보장하는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직접 써서 모두에게 풀어 놓으라. 구걸해서 얻어야 하는 권리는 안전한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코드를 세상에 풀어 놓는" 정신이 웹3의 무허가(permissionless) 빌딩 문화의 직계 조상이다.

메이의 꿈은 프라이버시만이 아니라 탈출이었다. 강한 암호가 있으면 사람들이 어떤 정부의 세금과 규칙도 미치지 않는 곳에서 돈을 벌고, 계약을 맺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 웹3의 가장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뿌리이며, 비판자들이 이따금 이 프로젝트 전체를 근본에서 리버테리언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뒤에서 보겠지만 그 지적은 절반만 옳다. 그것은 뿌리 가운데 하나일 뿐, 유일한 뿌리가 아니다.

우드가 말하는 "신뢰"는 친구 사이의 좋은 신뢰가 아니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믿는 수밖에 없는 것 — 은행을 감사할 방법이 없어서 은행의 명세서를 믿는 것 — 을 뜻한다. "더 적은 신뢰, 더 많은 진실"이란, 스스로 검증할 수 있기에 무엇도 맹목으로 믿을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이유가 자기주권이다. 이미 내 것인 신원과 돈과 데이터를 쓰는 데 기관의 허락이 필요한 처지가 아니라, 그것들을 스스로 통제하는 주인이 되는 것 말이다.

'무신뢰'는 밑바닥에서 보면 불신의 선언이다. 우리가 지금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힘센 기관들이 조만간 우리를 실망시키고, 검열하고, 감시하고, 털어 갈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그들을 아예 회로 밖으로 설계해 버리자고 제안한다. 그 감정적 연료는 오늘날의 정치를 상당 부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은행과 빅테크에 대한 환멸이다. 웹3는 그 환멸을 기술 프로그램으로 흘려보낸다.

평범한 사람에게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코드를 "믿지 말고 검증하라"고 말하는 것은, 항공기 승객에게 탑승 전에 제트 엔진을 직접 뜯어보고 "믿지 말고 검증하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원리상 그 공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당신이 하는 일은 '유능한 누군가'가 확인했으리라고 믿는 것이다. 웹3는 신뢰를 폐지한다기보다, 대부분의 사람이 더는 스스로 행사할 수 없는 곳으로 신뢰를 옮겨 놓고 — 그것을 자유라고 부르라고 요구한다.

아무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는 꿈은 달성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을 수 있다. 달성 가능하지 않은 것은, 결국 언제나 '무언가'는 — 코더를, 수학을, 채굴자를, 거래소를 — 신뢰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은, 실수를 용서하고 부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하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야말로 사회를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 바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칠 수 없는 코드만으로 굴러가는 세계가 더 친절한 세계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레식의 통찰은 이렇다.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 방식은 법 못지않게 확실하게 — 그리고 흔히 더 효과적으로 — 당신이 온라인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를 조용히 통치한다. 법은 금지하고 사후에 처벌하지만, 코드는 금지된 행동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의 코드에 "내려받기" 버튼이 없으면 당신은 내려받을 수 없다. 법 조항 하나 필요 없이. 아키텍처 그 자체가 다스린다.

웹3는 한 법학자의 경고 — "조심하라, 프로그래머들이 조용히 우리의 입법자가 되어 가고 있다" — 를 목표로 재해석한다. 코드는 뇌물을 받지도 편애하지도 않으니, 잘 설계된 코드를 입법자로 삼자는 것이다. 더 다오 사태가 드러낸 함정은 이렇다. 코드가 인간들이 증오하는 결과를 내놓자, 인간들이 코드를 바꿨다. 그러니까 코드는 공동체가 달리 결정하기 전까지만 법이다 — 처음부터 '코드만'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자유지상주의 갈래는 웹3를 정부와 중앙은행과 빅테크로부터의 비상구로 본다. 어떤 권위도 압류하거나 검열하거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는 방식으로 개인이 재산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길 말이다. 여기서 자유란 집단'으로부터의' 자유다.

좌파-공동체주의 갈래는 웹3를 사회로부터의 탈출구가 아니라 사회를 더 공정하게 다시 짓는 도구로 본다. 네트워크를 쓰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디지털 협동조합처럼 그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소유하게 하고, 이윤과 통제권 전부를 주주에게 넘겨주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란 더 나은 집단적 소유를 '통한' 자유다. 같은 블록체인이, 거의 정반대의 목표를 겨누고 있다.

"탈중앙화되어 있다"는 말은 아주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쓰인다. 하나는 '구호'다 — 보스 없음, 문지기 없음, 권력을 이용자에게, 라는 좋은 가치들을 신호하는 단어. 다른 하나는 '측정'이다 — 주어진 시스템을 실제로 몇 개의 독립된 주체가 통제하는지, 그 통제가 실제로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에 대한 물음. 구호와 측정은 자주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탈중앙화"는 미덕처럼 들리기 때문에, 미덕을 벌어들이지 않고도 미덕을 '주장'하는 데 쓰기 쉽다. 한 줌의 내부자가 토큰 대부분을 쥐고, 몇 개의 회사가 기계 대부분을 돌리고, 거의 모두가 한두 회사를 거쳐 접속하는 시스템도 스스로를 탈중앙화되었다고 부를 수 있다. 이상과 측정 가능한 현실을 갈라 보는 것이, 박수 대신 검증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

  1. 기술만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 체계
  2. 사이퍼펑크 계보
  3. '무신뢰'와 신뢰의 정치학
  4. "코드가 곧 법이다": 소프트웨어에 의한 통치
  5. 웹3의 경합하는 정치학
  6. 탈중앙화: 이상 대(對) 측정 가능한 속성
  7. 종합

이 장에서 설명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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